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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임신준비

11주 계류유산 소파술, 양막파열 양막파수, 임신 초기 무증상

by un00 2025.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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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술 후 딱 일주일 되는 날. 결혼 5년차, 너무나 기다리던 임신이었기에 곳곳에 남아있는 아기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다가 곧 다시 찾아올 아기를 위해 집 정리와 함께 앨범 정리도 해보려고 한다.

2021년 5월 결혼 후 자궁외임신으로 몸고생, 마음고생을 한지라 자연스럽게 아기가 생기길 기다리며 즐거운 신혼 생활을 즐기다 2023년부터 생리 어플에 뜨는 배란일에 맞춰서 임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포스팅과 같이 정리해보는 나의 자궁스토리

  • 2021년 자궁외임신으로 mtx주사 맞은 후 수술(왼쪽 나팔관 절제)
  • 2023년 하반기 나팔관조영술(실패)
  • 2024년 2월 자궁근종(5cm) 복강경 수술
  • 2024년 10월 화학적유산
  • 2025년 1월 임신 확인
  • 2025년 2월 28일 소파술


본격적으로 임신 준비를 하려고 산부인과 검사를 받던 중 3cm 크기의 근종을 발견했지만 임신에는 지장이 없다는 검사 결과에 나팔관 조영술 후 배란일을 받아서 준비하려고 했는데 조영술에 실패했다.

의사 선생님은 생각보다 자궁내벽이 두꺼워지지 않아서 이틀 후에 다시 조영술을 하자고 하셨지만, 정말 너무 너무 아팠고 또 실패할 수도 있다는 말에 안하기로 결정 그리고는 바로 근종 수술을 받으러 대구 대학병원으로 갔다. 자궁외임신으로 수술해본 경험이 있어 그 정도의 아픔이겠지 싶었는데 그 이상의 아픔이었음 ..🥲

수술을 하고보니 생각보다 컸던 근종의 크기, 5cm 근종은 깨끗하게 정리가 됐고 6개월 후부터 임신 준비를 다시 시작해도 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에 8월부터 배란일에 맞춰서 합방을 시작했지만 깜깜무소식.

9월말-10월쯤 잠깐 두줄을 확인했지만 생리예정일 일주일 후 엄청난 복통과 함께 하혈로 간 병원에서 유산방지주사를 맞고도 시원하게 생리가 시작됐다. 오랜만에 본 두줄이라 아쉬움이 커서 그런지 많이 울었다.

생리가 끝난 후 이제 병원에서 정확한 배란일 받아서 시도해보고 안되면 2025년에는 난임병원으로 가서 본격적으로 준비할 생각으로 기다리던 중 1월 1일 임테기 두줄을 다시 보았다.

처음엔 너무나 한줄이라 그냥 버리려다가 혹시나싶어 가방속에 넣어둔 얼리임테기, 다음날 버리려고 보니 아주 희미하게 두줄이었고 그때부터 임테기 노예 생활이 시작되었다.


점점 진해지는 두줄에 병원에 가서 확인해보기도 전에 어플부터 시작한 나. 아니, 저 나풀나풀이 말이되냐며 진짜 귀여워서 매일 아침 눈뜨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왜냐면 아침 6시에 임신테스트기 해야되니까, 🥹


진해진 테스트기를 기분좋게 붙여놓고 출근하면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남편도 눈뜨자마자 테스트기 모음집을 확인하는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병원은 2주 후에 가는게 좋다는 임신 선배님의 말을 듣고 열심히 기다려보다가 피검사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더이상은 못참고 10일차에 남편손 붙잡고 병원으로 뛰어갔다.

피검사부터 해야해서 초음파는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피검사 건너뛰고 바로 초음파 봐주시더니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어주신 담당선생님. 아기집을 예쁘게 잘 지었다며 축하한다는 선생님에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처음 받아보는 초음파 사진, 다행히 자궁외임신은 아니라 한숨 돌렸지만 앞으로 난황도 봐야하고 아기도 봐야하고 여러가지 검사들이 남아있는걸 알기에 기쁜 마음 반 + 불안한 마음 반으로 다음 검진일을 기다렸다.


왠만하면 12주 안정기가 지나고 알리고싶었지만, 하필 모임도 많고 약속도 많았던 시기라 친한 지인들에게 알린 임신 소식.

스스로 임준생이라고 칭하며 몸 관리도 해왔고 오래 기다려온 걸 알기때문에 다들 많이 축하해주었다. 아직은 조심스럽고 부끄러웠던 극초기지만 많이 행복했던 시기다.

간만에 내 취향 가득 담긴 꽃다발 선물도 받고🩷


생일 겸 임신 축하 케이크도 받고❤️


이건 남편이 선물해준 생일 꽃다발💞


예쁘고 비싼 과일 먹어야 똑똑한 아기 낳는다고 멀리서 선물 보내준 친구덕에 비타민 충전도 잔뜩💛


일주일 후 다시 보러갔더니 아기집 튼튼하게 지어놓고 심장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던 아기. 처음으로 심장소리도 들었다.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찔끔났는데 남편이 놀릴까봐 얼른 닦았던 기억이 나서 갑자기 웃기네 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웃긴게 감격스러우면 울 수도 있지 숨긴다고 왜 그렇게 후다닥 닦았을까ㅋㅋㅋ

근데 이때부터 갈색빛 섞인 냉이 나와서 걱정도 많았다. 혹시나 새빨간 피가 나올까봐 걱정되서 화장실 갈 때마다 불안했다. 질정 처방받고 아침저녁으로 넣으면서 잘 붙어있게 해달라고 하나님, 부처님, 하늘에 대고 매일같이 기도 하던 나날들


2주 후에 검사받으러 오라는 선생님 말씀을 지키려고 했지만 갈색냉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 일주일도 안되서 초음파로 아기를 봐야 마음이 놓였다. 근데 갈 때마다 쑥쑥 자란 우리 아기를 보니 꾀병을 부려서라도 보고싶었고 실제로 꾀병 부려서 보러가기도 했는데 선생님도 이런 내 마음을 아신 듯, 아기가 보고싶으면 언제든지 오라고 하셨다.


임밍아웃하기에는 이른 시기였지만 설 명절 친정가는 길에 임밍아웃 이벤트도 준비해간 나 .. 나 이거 많이 하고싶었나보다. 종류별로 잔뜩 사가서 아빠, 엄마, 삼촌, 동생들 야무지게 긁어보라고함.

근데 우리가족 알고보니 나 빼고 다 T였나, 나만 감격해서 우는 임밍아웃 타임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시댁에도 나혼자 우는 임밍아웃 시간을 가졌다ㅋㅋㅋ 왜 자꾸 나만 울어..? ㅋㅋㅋㅋㅋㅋ 아기야, 엄마가 너를 가진게 이렇게 눈물나게 기쁜가보다 ㅋㅋㅋㅋ 많이 울었지만 행복했던 시간들🧡


병원 다녀오면 콧노래 부르면서 초음파 앨범도 꾸미고 집에 놀러온 친구들에게는 방명록 남기라며 편지지 한장씩 쥐어주면서 아기에게 하고싶은 말도 적으라고 했다.


다음 검진일을 기다리는 동안은 어플 속에서 매일 자라는 아기 모습보면서 버티던 하루하루. 폴랑거리던 그 아기가 이렇게 자라났다며 남편한테 이 어플 계속 들어가보라고 한거 생각하면 또 웃기다. 하루에 20번은 넘게 들어간 듯


9주차, 이때쯤 하리보 모양으로 자란 아기를 볼 수 있다던데 기대하고 간 병원에서 초깜찍 상태의 아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수에 맞게 크기도 잘 크고있고 나비모양으로 보이는 뇌도 잘 만들어지고 있어서 1차 기형아 검사날도 걱정없겠다며 이야기 해주시던 선생님.

저 귀여운 점 두개는 아기 발 👣


갈색냉도 안보이고 이제 안심해 되겠다 싶었다. 서랍 깊은 곳에 숨겨뒀던 오래전 선물 받은 아기 옷도 꺼내보고 아기용품도 이것저것 사볼까 하던 시기다.


마지막 초음파 본 날 9주 5일차. 2주 후에 기형아 검사 받으러 병원 가기까지 또 어플을 보면서 불안함을 떨쳤다.


얼리 임신테스트기로 확인한 날부터 1차 기형아 검사날인 12주차가 될 때까지 약간의 소화불량 말고는 큰 증상이 없던터라 주변에 입덧 심한 사람들을 보며 “우리 아기가 진짜 내 뱃속에 있나? 잘 크고 있는게 맞을까” 싶었던 나.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엄마 고생 안시키려나보다 생각하며 불안했지만 우리 아기를 믿어보자 했었는데 1차 기형아 검사를 하러 병원에 간 날 초음파 속의 아기는 움직임이 없는 상태였다.

너를 너무 못믿은게 속상해서 갔나, 피비침이나 복통도 없었기에 차마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에 너무 당황스러웠다.

계류유산. 10주 6일차에 멈춰있는 아기는 심장이 멈춰있었고 이유는 양막파열 때문이라고 했다. 양막파열은 이유도 알 수 없다고 함.

아기집보고 난황보고 아기심장소리 들으면 큰일없이 무난하게 지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나에게 양막파열은 듣도보도 못한 이슈였다. 지금까지 하혈이 없는게 이상하다며 바로 수술해야된다는 선생님.

당일 아침에 물을 많이 마신 상태라 최대한 빨리 수술해도 4시간 후에 할 수 있었다. 수술 전 검사를 받고 집에 들려 간단한 짐을 챙기고 나니 금방 지나간 시간.


수술 받고나니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덤덤해진 마음에 병원 천장샷도 찍어놓은 나. 이정도면 관종아니냐.

당일 퇴원이라 안내받고 수술했는데 하고 나니 예상보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입원을 권유하시던 담당선생님. 다음날 출근도 해야되서 입원은 안하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갑자기 무조건 입원해야된다고 하심. 근종 수술때보다는 안 아파서 내 몸이 괜찮은 줄 알았는데 출산만큼 몸관리를 해야 된다고 하셨다.

결국 퇴원은 포기하고 누워서 생각해보니 전날부터 밥을 안먹었다. 어제 이상하게 배가 안고파서 빨리 잠자리에 들었는데 수술 끝나고 한숨 돌리자마자 배가 너무 고파서 밥 좀 주실 수 있냐고 물었다. 눈물나서 목은 메이는데 배는 고파서 뭐라도 입에 넣어야되는 상황이 어이없었지만 밥먹으려면 눈물을 멈춰야했고 목이 턱턱막혔지만 밥만 잘먹음.

한숨 푹자고 일어나 늦은 밤, 야식으로 햄버거를 시켰다. 햄버거를 맛있게 먹으며 남편에게 속시원히 이야기했다. 우리 아기는 이제 떠나갔고 더 슬퍼하면 우리만 힘든 일이니 얼른 털고 일어나서 멘탈 단단히 잡고 다음 임신을 준비하자. 나 빨리 엄마가 되고 싶고 이제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힘내자. 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 눈물도 안났다. 왜냐면 이번에는 더 잘 할 자신이 생겨서.
근데 이렇게 정리하면서 지금은 눈물이 좀 나네요..

수술 끝나고 너무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위로와 응원을 많이 받았다. 하루 빨리 건강해져서 다시 생리하고 파이팅 넘치게 준비해서 임신 포스팅 하러 와야겠다. 두달동안 예행 연습했다고 생각하며..


그래 우리 보물, 엄마아빠한테 빨리 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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